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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22일 경향신문 매거진 X ‘내멋대로’ 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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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2-22 15:03 조회16,1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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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닮아 어디도 없는 ‘내멋대로’ 나무집
벽제 푸르메마을 황OO씨 목조주택

 

서른두채의 목조주택이 두줄로 세워져있는 ‘푸르메 마을’은 미국의 어느 작은 소도시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흰색 베이지색 주황색 물감들로 옷을 입고 박공지붕에 격자무늬창, 그리고 햇살 가득한 테라스를 갖추고 있는 낭만적인 전원주택단지. 대한항공 부기장으로 있는 파일럿 황철호씨가 아내와 다섯 살 네살 두딸과 함께 살고 있는 집도 주말이면 바비큐 냄새가 진동하는 이 단지속에 있었다. 황씨네 네식구가 서울 신길동 아파트생활을 청산하고 경기 벽제의 푸르메마을에 안착한 거서은 지난해 3월이다.

 

“저를 비롯해 두딸이 기관지가 안좋아서 더 이상 아파트에서는 살수가 없었어요. 비행기를 조종하며 서울 상공을 내려다보면서 공기오염의 심각성은 이미 체감하고 있었죠. 실제로 이곳으로 이사와서는 아이들이 한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습니다. 자연환경이 왜 중요한건지 시골에 나와 살아보면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이사를 결정한 뒤 황씨는 집짓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잦은 외국여행으로 자연친화적인 목조주택을 선호하게 된 것인데, 아무리 단지 조성업체인 에버랜드가 통일시켜놓은 건축기준이 있다고 해도 내부만은 자신의 구상대로 하고 싶었다. 국민대에서 개설해놓은 12주 과정의 목조학교에 등록해 목수공부를 했다. 비행이 없는 날은 반드시 공사현장으로 갔다. ‘아는 만큼 짓는다’는 신념으로 못질 하나하나에도 간섭을 하고 요구를 해서 인부들의 눈총을 샀지만 나중엔 함께 망치질을 하고 대패질을 하면서 돈독한 정을 쌓았다. 그 덕에 황씨의 목조집은 환기 방수 단열 면에서 모두 튼튼한 데다 개성이 넘친다.

 

우선 주출입로를 남쪽이 아닌 동쪽에 두었다. 보통 마당이 나있는 남쪽에 대문을 두어 진입과 동시에 집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하는데, 황씨는 가족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었다. 대신 집안으로 들어서면 향그러운 소나무향과 함께 2층까지 터놓은 천장으로 인해 툭 트인 공간감을 만끽하게 했다. 천장 또한 팔(八)자의 박공모양으로 처리해 전원의 낭만이 느껴진다. 천장 높은 거실에 난방은 물론 고구마 구워먹는 재미까지 안겨주는 벽난로는 필수, 대리석으로 마감해 장식효과를 높인 이웃집들과 달리 노출형의 실용성을 선택했다.

 

1층은 거실을 가운데 두고 현관쪽에 주방을, 반대편에 부부침실과 서재를 나란히 배치했다. 집의 가장 서쪽에 놓이게 된 서재는 침실보다 1m 정도 뒤로 물러나있어 한결 아늑한데, 전면창을 달아 마당에서도 드나들 수 있게 했다. 주방은 부엌, 식당, 다용도실, 야외 테라스 등 네 개의 크고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ㄷ'자 부엌은 개수대 앞에 커다란 창문을 달아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다소 좁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안주인 임난주씨는 “숨은 수납공간이 많아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내의 식탁보다는 주방과 거실 사이에 낸 작은 테라스가 식당으로 활용됐고, 지붕에서 이어져내려온 긴 처마 덕분에 눈비가 내릴 때 한결 운치있게 이용할 수 있었다. 나무 계단을 타고 2층에 오르면 동서로 연결된 다리끝에 두아이의 방이 놓여있다. 다리난간에 서면 삿갓처럼 거실을 덮고 있는 경사진 천장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경사면을 잡아주기 위해 설치한 세 개의 목재가 한옥의 보처럼 걸려 있어 색다른 조형미가 느껴진다. 새봄이 오면 황씨는 앞마당에 조그만 정자를 하나 세울 계획이다. 목재와 공구를 구해 직접 만들 생각이라 22일까지 열리는 경향하우징페어에 벌써 두차례나 발걸음을 했다. 황철호씨는 “우리나라에 지어지는 서구식 목조가옥은 겉만 멋스럽지 속은 엉성하기 십상인데 집주인이 목조주택에 대한 지식과 약간의 기술을 갖추면 튼튼하면서도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부지런한 주인 덕에 적당한 웃풍과 적당한 햇살을 끌어안고 튼실하게 서있는 집, 그래서 이웃들은 황씨네 집을 두고 “속이 튼튼한 겨울 소나무 같은 집”이라며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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